동네의 촌스러운 세이브존이 점점 멋있어집니다.

집 앞에 있는 세이브존이라는 할인점?, 아울렛? 분류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최근 갑자기 변했습니다.

전 세이브존 관계자도 아니며 어떻게, 왜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바뀐 모습이 인상에 남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세이브존은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 있는 할인매장입니다.

몇 년 전 제가 결혼하면서 이 동네로 이사오면서부터 자주 이용했는데요.

그 때만해도 촌스러운 분위기에 뭔가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1년쯤 지났으려나,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겉모습은 요즘 건물들에 비해 별로 이뿐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내부와 서비스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변화가 재미있어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요.


0. 청소. 내부가 깨끗해졌습니다.

매장을 청소하시는 분들이 뭔가 변화가 있었는지 일단 내부가 깨끗해졌습니다. 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지는 것에 맞춰서 건물 여기저기가 깨끗해졌습니다.

이 모든 변화에 앞아서 가장 먼저 건물 외부를 먼저 청소하더군요. 건물 밖에 줄에 매달려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제가 다 무서웠었는데.

우선은 그게 제일 첫 변화였던걸로 기억합니다.


1. 지상주차장 전체를 여성전용 주차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차장은 지상과 지하 두 군데 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지상에 있는 주차장 바닥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더군요. 그러고는 평일에는 온전히 전체가 여성전용 주차장입니다.

그리고 발레파킹도 해주더군요.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날 부터 평일 낮에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젠 여성이 평일 낮에 차를 끌고 쇼핑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 평일에 쇼핑은 주로 여성분들이 오시니까요. 가족 단위가 많은 주말에는 지상도 여성전용이 아닌 것으로 운영됩니다.


2. 직원 및 주차요원 복장이 통일 되었습니다.

주차요원을 하는 분들 복장이 통일되었습니다. 여름에는 모자도 통일됩니다. 전에는 제 각각의 복장에 주차요원이라고 써있는 조끼 하나 입는 거였는데.

어느날 보니 통일 되었고, 뭔가 관리되고 있는 매장의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직원분들도 전에는 각자의 복장에 앞에 사원증 목에 걸고 있으면 직원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파트마다의 복장으로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직원을 찾고 싶을 때 길게 둘러볼 필요가 없습니다.


3. 내부 시설이 변했습니다.


조명이 밝아졌습니다. 간판도 각자 자기 매장의 간판이 들쑥날쑥이었는데 그것도 다 한 패턴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고객들이 오가는 통로가 넓어졌습니다. 전에는 고객은 생각 안하고 물건을 조금이라도 많이 전시하기 위해서 였다면, 이젠 편하게 매장 안을 다닐 수 있게 되자. 체류시간이 늘었습니다.


5. 카트사용에 동전이 필요하지 않으며, 콘크리트 위에서도 잘 굴러가는 고무재질의 바퀴로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 쇼핑몰 카트를 마트 바깥까지 밀고 간 한 여성의 모습이 인터넷에 떠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던 글이 있었습니다.

전 그 글을 보고 약간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동네에서는 흔한 모습이거든요.

저희 동네에도 기존에는 마트 밖으로 카트를 끌고 가지말라고 크~게 써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문구가 없어졌더군요. 그리고는 어느 날 보니 쇼핑카트바퀴가 콘크리트에서도 잘 굴러가는 고무재질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카트 위에 물건이 너무 많으면, 저희 동네에서는 그냥 집 앞까지 밀고 갑니다.

100원짜리 하나 넣어야 쓸 수 있었던 카트는 이제 동전 없이 그냥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분들이 많으니 동전을 넣는건 사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카트를 밀고 다니는 것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트는 더욱 많은 물건을 사게 만듭니다.

별로 안사려고 했는데 카트 밀고 다니다보니, 계산할 때보면 카트 가득 쌓여있는 물건을 보고 놀랐던 경험이. 저만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스포장을 하는 곳도 쾌적하게 변했습니다. 테이프 끊는 도구 등 박스포장에 대한 거부감도 최대한 없앴습니다. 많이 샀으면 박스포장하라는 거였습니다. 

많이 샀으면 박스포장 후 배달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전 사실 배달서비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올 때까지 신경써야 되니까요.

그냥 카트 밀고 집으로 갑니다. 대신 밀고 갔으면 사람들끼리 약속된 장소에 놔둡니다. 하루 몇 번인진 모르겠으나, 주변 마트는 직원들에게 지정된 장소에 가서 카트를 수거해오는 일을 합니다.

저는 합리적 소비자가 아닙니다. 카트를 밀면 조금이라도 더 삽니다. 그리고 매장은 카트 사용을 적극 권장합니다. 제가 당한게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6. 할인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합니다.

물건이 쌉니다. 질이 좋은진 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지역이 그리 부유한 동네가 아니며, 저렴한 가격만을 좇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질 좋고 비싼 제품 vs 질은 별로지만 싼 제품. 어떤 거에 주력해야할지 선택해야 했겠지요. 이런 선택은 지역 특성에 맞는걸 선택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에는 언제 어떻게 할지 몰랐던 이벤트성 할인행사에 주기를 정하고 진행합니다.

어느 순간 할인행사 하는 날이 머릿속에 들어와있고, 행사가 있으면 살게 없어도 가끔 구경을 가기도 합니다.

합리적 소비자가 아닌 저는 구경갔다가 사는 물건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들은 백화점이라든지, 일부 큰 매장들은 이미 다 하고 있는 것들이고,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많이 바뀌었지만 백화점 같은 느낌은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느껴집니다. 여기 점점 더 좋아지고 있구나. 라구요.

이런 느낌을 주는 서비스를 만드는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데. 그걸 촌스러웠던 할인매장에서 느끼게 되서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1, 2년 사이에 차근차근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가니 조명이 바뀌어져 있었고, 어느날 가니 통로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가니 푸드코트의 주문 시스템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랜동안 계속 그냥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변화를 하기 시작했는지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로 수익이 올라갔는지도 모릅니다. 전 관계자가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 같은 일개 소비자가 점점 더 좋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정도니. 그 점이 재미있습니다.

아마 어느날 갑자기 며칠 문 닫고 리뉴얼 현수막 걸려있다가 이렇게 되었으면 전 그냥. 사장 바뀌었나부다. 돈 들였나부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오히려 전 인상에 더욱 강하게 남았습니다.


우리는 겁나 좋은 서비스를 한 번에 떡! 하고 보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겁나 좋진 않지만 점점점점 좋아지는 서비스를 보면 감동을 느낍니다.

저 역시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입장에서. 세이브존의 변화가 인상에 남아 이렇게 몇글자 끄적여보았습니다.

  1. 2016.06.27 08:13

    비밀댓글입니다

    • yongho.yu 2016.06.28 18:01 신고

      우왓! 동네 주민이시네여 ^^ㅋㅋ
      글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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